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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세요.
한가위가 왔습니다.^^

어느날 아침 무료 일간지에서 보고 무릎을 쳤다.
남녀간의 옷차림에 대한 시각차이뿐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이토록 명쾌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라니.

 

우연히 본 미국드라마 속의 대사가 자꾸 머리에서 맴돈다. “어릴 땐 마치 영원히 살 것만 같지. 가끔 그런 기분이 그리워.” 아직 이렇게 자조할 나이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이제 ‘어릴 때’는 지나버린 느낌이다. 2011년이 되어 난 만으로도 삼십대에 들어섰다.
신년 해를 보겠다고 추운 새벽 꽉꽉 막힌 고속도로를 향하는 사람들이 어디 2010년의 해와 2011년의 해가 똑같다는 걸 모르겠는가. 달라지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사람이다. 새로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또 한 번 변해가는 나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그래. 갈수록 그게 참 중요하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두 가지 면에서 놀라는데 하나는 참 많은 일을 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그보다 더 많은 일을 못 했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독립 생활을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일을 새로 시작했지만 여전히 내 삶에는 채우지 못한 여지가 많았다. 꼭 열정으로 채우지 못 해 아쉽다는 말이 아니다. 더 웃고 더 게으름을 부릴 것을. 2011년이 그러한 해가 되길 바란다.

하나 더 결심하자면 다른 이가 물건을 떨어뜨렸을 때 주워주는 사람이 되겠다. 앞으로는 좀더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좋은자리>에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뉴스에 나오는 패션쇼 장면을 보실 때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유 저런 건 대체 왜 만든다니? 사람이 입을 수 있는 걸 만들어야지."
나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기괴한 옷들은 의상 디자이너가 자신의 감각을 보여주기 위해 상징적으로 만든 것이며 기자들이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다른 무난한 옷들은 두고 저런 것만 찍어서 그렇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패션 디자인'이라는 나라는 확실히 점점 지구를 떠나 우리 은하계 바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쩍 마르고 한없이 길쭉한 모델이 걸친 어마어마한 금액의 옷들은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전설 또는 괴담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2005년, 15년 동안 패션계에서 일하다가 갑작스레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이혼한 스콧 슈만Scott Schuman 이라는 남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돌볼 시간이 필요했던 그는 아이와 함께 사진기를 들고 패션쇼장의 모델이 아닌 뉴욕 시민들의 옷차림을 찍기 시작했고 그것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현실의 옷차림과 사람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면서 “가장 큰 실수는 패션이라는 게임을 잡지 속 바싹 마른 열여덟살 소녀가 규정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이제 세계 최고의 패션 블로그가 된 그곳의 이름은 사토리얼리스트Sartorialist이다.

http://thesartorialist.blogspot.com

사토리얼리스트에는 아름다운 사진들이 가득하다. 특히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이라고 믿기 힘든 감각과 인상을 지닌 ‘거리의 패셔니스타’들은 끊임없이 감탄사를 지르게 한다. 그 어느 패션 화보가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옷들로 쉽게 볼 수 없는 비범한 차림을 만들어 낸 그들은 삶과 떨어지지 않은 멋, 유행에 짓눌리지 않는 개성이란 것을 가르쳐 준다.

소박한 철학이 일으킨 반향은 우습게도 거대 의류 기업들이 사토리얼리스트를 흉내내도록 만들었다. 유니클로는 길거리 패션을 찍는 유니클룩스라는 사이트를 열었고 버버리와 빈폴은 스콧 슈만을 초청하여 협동작업을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사토리얼리스트의 철학과 공감을 그들이 얻어갈 것 같지는 않다. 자본의 논리과 권력에서 자유로운 것. 그것이 사람들이 사토리얼리스트에 열광한 이유가 아닐까? 패션계에서 시작된 민중들의 반격이 앞으로도 그 기세를 잃지 않길 바래본다.

스콧 슈만은 블로그의 사진 500개를 골라 단행본으로 ‘사토리얼리스트’라는 책으로 묶어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출간되었다.